나는 미묘한 감정의 변화나 대부분의 사람들이 알아채지 못하고 넘어가는 미장센(mise-en-scene), 너무나도 함축적인 대사들로 가득한 영화에 가끔 싫증이 날 때가 있다. 많은 사람들이 이러한 영화에 대해 다양한 해석을 하고, 이마저 "이 영화를 즐기는 또 다른 방식"이라고 하는 것. 이러한 태도가 이제는 너무 흔해서 지겹게 느껴지기까지 한다. 이럴 때마다 나는 옛날 영화를 찾는다. 뻔한 스토리라인, 1차원적이고 직접적인 대사, 게다가 과거의 SF 영화들의 허접한 특수효과를 보고 있으면 오히려 마음이 편해지는 기분도 든다. (팀 버튼의 [화성 침공(Mars Attack)]이나, 프랭크 오즈 감독의 영화 [흡혈 식물 대소동(Littel shop of Horrors)]을 추천한다.)
오랜만에 옛날 영화가 보고 싶어 져서 넷플릭스를 훑어보다가, 영화 [패밀리 맨]을 발견하고 반가운 마음에 틀었다. 예전에 학교에서, 또 TV를 통해 여러 번 봤었던 영화다. 이 영화를 한마디로 정리하자면, '뻔한 교훈, 그래도 최고의 크리스마스 영화'다.
영화 [패밀리 맨] 간단 줄거리
잭 캠벨은 연인 케이트의 불길한 예감을 뒤로하고 인턴쉽을 위한 런던행 비행기에 오른다. 그리고 인턴쉽이 끝나면 돌아와 함께하자는 케이트와의 약속을 깬 채, 그는 월스트리트에서의 투자 전문가로서 성공한 달콤한 인생을 만끽하고 있다. 그러던 어느 날, 크리스마스이브, 워커홀릭인 잭 캠벨은 그날도 역시나 늦게까지 일을 하고 집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그리고 앞으로 그의 인생을 통째로 바꿀만한 사건이 일어난다.
우연히 들어간 식료품점에서 그는, 복권의 당첨금을 받으러 왔다가 강도로 변한 캐시를 만나게 되고, 잭 캠벨은 사업가 기질을 발휘하여 캐시의 복권을 자신이 사겠다고 한다. 그리고 그와 짧은 대화를 나누고, 별 일 없이 집으로 돌아간다. 그리고 다음날 아침, 잭 캠벨이 잠에서 깨보니 자신은 케이트와 결혼한 데다가 아이까지 둘이나 있는 아빠가 되어있었고, 게다가 월스트리트가 아닌 뉴 저지의 작은 마을의 타이어 셀러가 되어 있었다. 그가 13년 전 케이트를 떠나 영국으로 가는 선택을 하지 않았다면 살고 있을 삶을 살게 된 것이다.
영화 [패밀리 맨]을 보고 느낀 감상
- 일단, 어릴 때 이 영화를 봤을 때와 지금 서른 중반이 다 되어 본 [패밀리 맨]은 매우 다르게 느껴졌다. '인생에 있어서 무엇이 소중한지 알아야 하며, 가장 소중한 것은 곁에 있는 가족과 사랑이다'라는 뻔한 교훈을 주는 영화지만, 한편으로는 이런 생각도 들었다. '가장 소중한 것', '행복', '만족'에 대한 기준이 사람마다 다른데, 비도덕적이거나 위법인 것이 아니라면, 어떤 것을 추구하는 인생이든 그것을 비난할 수 있을까?
- 나도 인생에서 돌아가고 싶은 과거의 순간이 있다. 하지만 실제 삶은 영화가 아니기 때문에, 과거로 돌아가는 일은 불가능하다. 그렇다면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바로 미래를 바꾸기 위해 좋은 선택을 하고, 노력하는 일일 것이다.
- 나는 사계절 내내 크리스마스 노래를 플레이리스트에 넣어두고 듣고, 생각날 때마다 크리스마스 관련 영화를 본다. 크리스마스를 대표하는 영화는 많지만(나 홀로 집에(Home Alone), 러브 액츄얼리(Love Actually), 그린치(The Grinch) 등등), 또 하나 꼭 리스트에 올려두어야 할 크리스마스 영화가 바로 이 영화, [패밀리 맨(The Family Man)]이다.
- 오래된 비디오테이프를 틀자 나오는 과거의 프러포즈 영상은 이 영화의 가장 명장면이 아닐까 한다. 케이트의 생일에 그녀에게 프러포즈하는 잭, 그 둘의 표정에서 서로를 너무나 사랑하는 것이 마구 느껴진다. 케이트에게 불러주는 잭의 노래는 아직까지도 내가 정말 좋아하는 노래 중 하나다. (The Delfonics의 La-La Means I Love You는 들어도 들어도 너무 좋다.) 그 모든 장면들을 보며 눈물을 흘리던 현재의 잭 캠벨에게 케이트가 건네는 말이 기억에 남는다. "우리 아빠가 쓰러졌을 때, 당신은 한창 공부 중이었는데도 나에게 와주었어. 사회적으로 대단한 사람은 아닐지 몰라도, 나에게 최고는 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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