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아킨 피닉스의 연기가 인상 깊다는 평이 자자했던 영화 조커(Joker)를 드디어 봤습니다. 2019년 개봉했던 영화이고, 약 9천 억 원의 수익(이는 제작비의 약 20배 정도라고 합니다)을 거둬들인 대 흥행작입니다. 영화 조커는, 배트맨 영화에서 늘 악당으로 등장하며 메인이 아닌 조연 자리에 있던 조커가,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영화입니다. 영화 조커는 이런 조커가 어떻게 악당이 되었는지, 그 속사정과 과정을 보여주는 스토리입니다. 영화 조커를 보고 나면 조커(실제 이름은 아서 플렉)라는 사람에게 연민이 느껴지기도 하고, 그가 악당이 될 수밖에 없었던 이유가 조금은 이해가 되기도 합니다.
영화 [조커]의 줄거리
홀어머니(페니 플렉)를 모시고 사는 아서 플렉은, 코미디언을 꿈꾸지만 현실은 광대 아르바이트를 하며 지냅니다. 그는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갑자기 깔깔 웃음이 나오는 정신 질환을 가지고 있습니다. 보통 그의 웃음은, 웃으면 안 되는 상황에서, 자신이 당황스러울 때 터지다 보니, 사람들에게 눈총을 받기도 하고, 그의 웃음이 아니꼬운 일부 사람들에게는 괴롭힘을 당하기도 합니다.
아서를 안쓰럽게 본 회사 동료는 어느 날 그에게 총을 건네줍니다. 맞고 다니지 말라는 말과 함께. 하지만 그는 총기를 소지한 것을 사장에게 들켜 회사에서 잘리고 맙니다. 그리고 지하철을 타고 집에 돌아가는 길에, 그는, 여자를 괴롭히는 3명의 남성 금융맨을 우발적으로 총으로 죽이게 됩니다. 그리고 사회 악을 처단했다는 사실에 대한 희열감을 느끼고, 아서는 점차 변하게 됩니다.
자신에게 무관심하던 사회복지사, 아서를 위하는 척하지만 정작 위기상황에서는 거짓으로 아서를 곤경에 처하게 만드는 동료, 광대 분장을 하고 일하는 자신을 우습게 보는 수많은 사람들 속에서도, 아서는, 어머니의 말처럼 해피하게 웃으며 살고자 노력해왔습니다. 그는 늘 선하게 살려고 노력해왔습니다. 하지만 착하게 살려고 하는 그를 세상이 도와주지 않습니다. 부유한 1%의 기득권자들은 하층민들을 이해할 마음이 없고, 하층민들조차 서로를 불신하고 돕지 않으며, 서로에게 상처를 입힙니다. 그래서 그는 스스로의 잣대로, 자신만의 방식으로 사회 악을 처단해 나갑니다. 어릴 때 아버지로부터 폭력을 당하는 자신을 방관했던 어머니, 아서를 곤경에 처하게 만들어 결국 해고당하게 만든 동료, 그의 조크를 세상 사람들에게 웃음거리로 만든 TV쇼의 진행자까지, 모두 죽이는 방식으로요.
(* 더욱 자세한 내용은 스포일러가 될 수 있어 생략합니다!)
영화 [조커]의 명대사
"세상이 미쳐가고 있어요. 사람들이 점점 더 무례해져요."
영화 속 고담시는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과도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남에게 피해를 입히면서까지 자기 것을 악착같이 챙기려는 사람들로 가득하죠. 그러면서도 사람들은, 다른 사람으로 인해 자신이 입은 아주 사소한 손해도 용납하지 못하고 분노합니다. 반드시 남에게 되돌려주려는 못된 마음을 가진 사람들도 많습니다. 이러한 세상에서 나만 선하게 산다고 세상은 바뀌지 않다는 생각이 자주 듭니다. '내가 양보하자', '내가 참자' 하다 보면 사람들이 이를 알아주고, 그들도 그렇게 행동할 것이라고 기대하지만, 결국엔 쓸데없는 기대였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나도 모르는 사이 나는 사람들 사이에서 '늘 양보해주는 사람', '늘 참아주는 사람'이 되어있고, 교묘히 이용당하기도 합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선하게 사는 것, 이타적으로 사는 것'에 대한 가치와 의미를 의심하게 되는데, 영화 속 주인공 아서 플렉 또한 비슷한 마음이지 않았을까 해요.
"넌 나에게 잘해준 유일한 사람이었어."
아서 플렉이 자신을 곤경에 처하게 만든 동료를 죽이고, 또 다른 동료에게 한 말입니다. 아서는 그에게 이렇게 말하고는 옆에 누워있는 시체를 보지 말고 얼른 가보라고 말하는데요. 정당화될 수 있는 살인은 절대 없지만, 아서 플렉의 기준으로 보면 그의 살인은 이유가 아주 없는 것은 아닙니다. 그에게 잘해준 사람, 자신의 기준에 선한 사람에게는, 못되게 대하지 않으니까요.
시간이 갈수록 인간관계는 좁아집니다. 물론, 어릴 때부터 성인 되어 회사에서 인연을 맺은 사람들까지, 모두와 오래도록 잘 지내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대부분은 사람들은 나이가 먹을수록 곁에 남아 있는 사람이 적어짐을 느껴요. 저 또한 그런데요. 서로가 잘 맞지 않아서 자연스럽게 멀어지기도 하지만, 사람에게 상처받거나 서운해서, 혹은 늘 무언가를 받기만 하는 사람(taker)에게 지쳐서 내가 자의적으로 그런 사람들과 멀어짐을 선택하는 경우도 많더라고요.
영화 [조커 2 : Folie à Deux] 제작 확정 소식
영화 조커 2의 제작 확정이 알려졌습니다. 부제가'folie a deux' 임이 알려지며, 이 단어를 가지고 많은 사람들이 조커 2의 전개 방향을 유추해보더라고요.
'folie a deux'는 정신의학적으로, 감응성 정신병이라는 의미입니다. 가족 등 밀접한 두 사람이 동일하거나 유사한 정신 장애를 가짐을 의미하죠. '두 사람'에서 하나가 조커라면, 한 명은 누구일까 하는 궁금증에 초점이 맞춰집니다. 가장 유력한 추측 중 하나는, 할리 퀸의 등장입니다. 조커 1에서 조커는 마지막에 정신병원으로 보이는 곳에 갇히게 되는데요. 이곳이 조커와 할리 퀸이 처음 만났던 아캄 어사일럼이며, 그곳의 의사인 할린 퀸젤(할리 퀸)을 만나는 내용이 조커 2의 주 내용이 아닐까 추측하는 것이지요. 누가 등장할지는 아직 모르지만, 조커가 특별한 누군가와 강렬한 유대감을 형성하게 될 것이라는 것은 확실한 것 같습니다. 그 둘이 보여주는 케미도 기대가 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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