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월플라워'는 10년 전 내가 첫 직장에서 밤낮없이 일하던 때 처음 보고는 많은 위로를 받았던 영화이다. 나 자신의 고통뿐 아니라, 모든 아픔과 고통에 민감하다는 점에서, 그땐 이 영화의 주인공 찰리와 내가 비슷하다고 느꼈다. 과거의 슬픈 기억에 얽매여 현재의 시간들을 무의미하게 허비했다. 그리고 남들은 쉽게 쉽게 잘만 하는 것처럼 보이는 것들이 나에게는 너무나도 어렵게 느껴졌다. 그리고 그 이유는, 지우고 싶은 과거라고 생각했다. 그러던 차에 영화 '월플라워'는 나에게 어쩌면 터닝 포인트가 돼주었다. 지금의 나를 너무 바보 같다고 생각하지 말고, 무리하게 과거를 잊으려고도, 나 자신을 바꾸려고도 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었다.
영화 '월플라워' 줄거리
주인공 찰리는 정신적으로 매우 불안정하고, 그래서 소심하며 사람들과 쉽게 어울리지 못하는 사람이다. 그는 어렸을 때 이모로부터 성적 학대를 받았고, 그런 이모가 남자 친구에게 학대받는 것을 목격했으며, 그는 그런 이모는 또 찰리의 선물을 가지러 가다 교통사고로 죽었다. 게다가 찰리의 가장 친한 친구인 마이클은 유서를 써놓고 권총으로 자살했다. 이런 일들로 인해 찰리는 사람이 사람에게 주는 상처와 고통에 대해 매우 예민해졌고, 더불어 남들과 자신은 (부정적인 의미에서) 다르다고 스스로를 평가한다. 이렇게 불안한 심리를 가진 찰리는, 고등학교 생활에도 어려움을 겪는다. 동급생에게 '안녕' 인사 한마디가 어려웠고, 자신과 친구가 돼주지 않을까 봐 늘 소심한 태도를 보인다.
그러다 우연히 패트릭의 초대로, 밥의 파티에 가게 된다. 호스트 밥의 장난으로 마리화나가 든 브라우니를 먹은 찰리는, 평소 남의눈을 의식하며 조심스러워하던 태도를 버리고, 자신도 모르게 자신의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드러낸다. 그런데 이러한 찰리의 모습에 친구들은 오히려 찰리에게 관심을 보이고 좋아한다. 그렇게 찰리는 파티에서 친구를 만들고, 어딘가에 속하는 소속감과 안정감을 느낀다.
찰리는 패트릭의 이복 여동생인 샘에게 호감을 느끼지만, 쉽게 마음을 표현하지는 못한다. 그의 마음을 샘에게 표현하면, 지금 친구로서의 샘 마저 잃게 될까 봐 두렵기 때문이다. 게다가 샘에게는 남자 친구가 있었는데, 찰리는 왜 샘이 그런 남자를 만나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이는 찰리가 학교 영어 선생님 앤더슨과의 나누는 대화에서 잘 나타나 있다. 찰리는 선생님 앤더슨에게 이렇게 묻는다. "왜 좋은 사람들은 항상 나쁜 사람을 선택하는 걸까?" 그리고 앤더슨 선생님의 답은 이렇다. "우리는 우리가 사랑받아 마땅하다고 생각하는 만큼만 사랑을 받는 거야." 찰리는 자신들을 함부로 대하는 사람을 선택한 누나 캔디스와 샘을 돕고 싶다.
이 영화에 나오는 세 명의 주인공은 모두 각자의 아픔을 가지고 있다. 찰리는 어릴 때의 아픔을 가지고 있으며, 패트릭은 낙천적이고 늘 즐거워 보이지만 사실은 게이로서의 성 정체성을 숨기고 산다. 그리고 샘은 예쁜 얼굴로 늘 남자들에게 인기가 많지만, 한편으로는 그녀는 자신의 진짜 내면의 모습 그대로를 사랑해주는 사람을 만나지 못하고 있다. 그리고 그녀는 어릴 때 아버지의 친구로부터 지속적인 성적 학대를 당해온 아픔을 지니고 있다. '월플라워' 찰리는 친구인 패트릭과 샘, 그리고 자기 자신의 아픔을 온전히 이해하고 치유하는 데 성공할 수 있을까.
영화 '월플라워(The perks of being a Wallflower)' 제목의 의미
'월플라워(Wallflower)'는 '파티에서 파트너가 없어 춤을 추지 못하는 사람'을 의미한다. 이 영화에서는 고등학교에서 무리에 잘 적응하지 못하고, 친구를 쉽게 만들지 못하는, 소위 말해 부적응자인, 주인공 찰리를 의미한다.
'perks'는 혜택, 특권 정도로 해석할 수 있는데, 그래서 이 영화의 제목을 해석하자면, '파티에서 왕따가 되는 것의 장점' 정도로 해석할 수 있다.
이 제목의 의미는 주인공 찰리에게 패트릭이 하는 대사로 한 번에 이해할 수 있다. 패트릭은 찰리에게 이렇게 말한다.
"You see things, and you understand. You're a wallflower." 너는 세상을 바라보고 그들을 이해하지. 너는 월플라워야.
겉으로 보기에 소심하고 아웃사이더처럼 행동하는 찰리이지만, 누구보다 다른 사람의 숨겨진 상처를 잘 알아봐 주고 진심으로 이해해준다. 그를 가장 잘 표현한 단어가 'wallflower'이다.
영화 '월플라워'를 보고 느낀 것들
- 자존감에 대해서 자주 생각한다. 어릴 땐 마냥 푼수 같고 밝았던 내가, 언제부턴가 '내가 잘하고 있는 건가'라는 생각을 시도 때도 없이 많이 하고 있었다. 남들과 비교해 '나는 왜 이 정도밖에 못하지', '나는 늘 노력하는 것 같은데, 왜 이 정도 사랑밖에 받지 못하지' 하고 생각한다. 앤더슨 선생님이 했던 얘기는 사실, 이미 많이 들어왔던 내용이었다. 내가 나를 사랑하는 만큼, 사랑받을 수 있다는 것. 무뚝뚝한 부모님 때문인지, 나는 늘 누군가에게, 내가 감당하지 못할 것 같은 만큼의 벅찬 사랑을 받는 상상을 자주 해왔다. 욕심이 많은 건지, 애정결핍인지 모르겠지만, 무튼 내가 원하는 만큼의 사랑을 받으려면 나부터 그만큼 사랑해야 한다는 거다. 앤더슨 선생님의 말처럼 노력은 해볼 수 있겠지.
- 자존감은 타고나는 것도 있겠지만, 많은 사람들에게 상처받고 함부로 대해지면서, 후천적으로 낮아지는 경우도 많다. 낮아진 자존감을 다시 회복하기 위해서는 나의 좋은 점을 봐주고 칭찬해주는 사람을 곁에 둘 수 있어야 한다. 영화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As good as it gets)'에서 주인공 멜빈 유달은, 자신을 칭찬해보라는 여자 캐럴에게 이렇게 말한다. "당신은 내가 더 좋은 남자가 되고 싶게 만들어." 이 말을 듣고 캐럴은 '내 생애 최고의 칭찬'이라고 말한다. 캐럴은 멜빈의 이 말을 듣고 자신도 모르게 자존감이 한 층 업그레이드되었을 것이다. 나에게도 이런 말을 해주는 사람이 곁에 늘 있기를 바란다.
- 하지만 자존감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스스로의 노력이 필수적으로 있어야 한다. 좋은 사람을 선택하는 안목을 길러야 하고, 또 나 자신이 그런 좋은 사람을 선택해도 될 만큼 좋은 사람이라고, 스스로를 사랑해 주어야 한다.
- 어디에서든 자신이 주목받는 flower가 되고 싶어 하는 사람보다, wallflower 같은 친구를 곁에 두고 싶다. 그리고 나도 소중하고 좋은 사람들에게 wallflower 같은 사람이 되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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