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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판타지 영화, 상상력이 재미있는 영화

판타지 영화를 보다 보면, '도대체 사람들의 상상력은 어디까지 일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저는 제가 처해있는 지금의 현실이 지루하고 재미없다고 느껴질 때, 판타지 영화를 더욱 찾게 되는 것 같은데요. 마블 영화가 인기 있는 이유 또한 이 때문이 아닐까 싶어요. 현실에서는 불가능한 일들, 예를 들면 맨몸으로 하늘을 날거나, 또 다른 장소로 순간 이동할 수 있는 문을 만들어 내거나 하는 일은 상상만 해도 신나고 설레기까지 합니다.

더욱더 폭력적이고 자극적인 콘텐츠가 넘쳐나는 지금, 가끔은 기발한 상상력에 위트를 더한 판타지 영화 한 편 보면서, 뇌를 말랑말랑하게 만들어 보는 시간을 가지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상상력이 재미있는 영화를 보면서, 자신의 업무뿐만 아니라 라이프스타일과 관련된 영감을 얻을 수도 있을 거예요.


1. 이웃집에 신이 산다 (The Brand New Testament, 2015)

판타지 영화를 추천하려고 하니, 가장 먼저 생각난 영화가 바로 이 영화입니다. 2015년에 개봉한 벨기에 영화 '이웃집에 신이 산다(The brand new testament)입니다.

영화 The Brand New Testament 장면들
영화 '이웃집에 신이 산다' (출처 구글)

이 영화에 등장하는 신(God)은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신과는 다르게, 브뤼셀의 한 아파트에 가정을 이루고 살고 있습니다. 또 괴짜여서, 인간들의 삶에 사사건건 개입해 짜증을 유발하며 괴롭히죠. 이런 괴짜 신의 딸 '에아'는 가족들에게 가부장적이고 행패 부리는 것이 일상인 아버지에 반항을 하게 됩니다. 그녀는 아버지의 컴퓨터를 해킹해, 세상 모든 사람들에게 그들의 죽는 날을 SMS로 전송해버리고 가출을 한 것이죠.

인간 세상에 나온 신의 딸, 에아는 새로운 성서를 만들기 위해 자신만의 사도들을 찾아갑니다. 신의 딸이 인간 세상을 여행하는 일종의 로드무비 같기도 합니다.

 

관전 포인트 첫 번째.

영화에서 신(God)은, 문제를 일으키고 가출한 딸인 '에아'를 쫓기 위해, 자신이 창조한 인간 세상으로 나오게 됩니다. 하지만 인간 세상은 그의 생각만큼 호락호락하지 않습니다. 신이 사는 아파트에는 따로 출구가 없어 세탁기를 통해 인간 세상으로 나오게 되는데, 마침 그 세탁기로 빨래를 돌리고 있던 여자에게 변태로 오해를 받아, 신은 호신용 스프레이를 잔뜩 맞게 됩니다. 또 그는 무료 급식을 먼저 받기 위해 새치기를 했다가 몰매를 맞기도 하죠.

단지 심심하다는 이유로, 인간들을 골탕 먹이고 툭하면 재해를 일으키던 신이, 이번엔 자신이 인간 세상에서 호되게 고생하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묘한 카타르시스가 느껴지기도 합니다.

 

관전 포인트 두 번째.

이 영화를 볼 때, 감독이 그의 상상력을 이미지로 표현한 부분들에 집중하면서 보면, 이 영화의 재미를 더욱 크게 느낄 수 있습니다. 영상미가 아름답고 동화적이죠. 위에 제가 콜라주 해 놓은 영화 속 장면들만 봐도, 이 영화가 궁금해지지 않나요?

 

관전 포인트 세 번째.

'에아'는 신의 딸이기에, 본인도 몇 가지의 능력을 가지고 있는데요. 그녀는 물 위를 걷거나 샌드위치를 2배로 불어나게 만들어 내기도 하죠. 무엇보다, 그녀는 '사람들은 저마다 각자의 음악이 있어요'라고 말하며, 사람들의 내면에 존재하는 고유의 음악을 들을 수 있는 능력을 지니고 있습니다. '에아'가 각 사도들을 만날 때마다 각자의 내면의 음악이 나오는데, 각각의 음악이 정말 좋습니다.

첫번째 사도 사랑을 믿지 않는 외팔을 가진 여인, 오렐리 ;G. F. Hendel (헨델) - Lascia ch'io pianga (울게 하소서)
두번째 사도 늘 모험을 꿈꾸는 사업가, 장 클로드 ean-Philippe Rameau (장 필립 라모) - V. Le Rappel des oiseaux (새들이 부르는 소리)
세번째 사도 여자의 몸에 집착하는 성도착자, 마크 Henry Purcell (헨리 퍼셀) - O solitude ( 오 고독이여)
네번째 사도 생명보험 판매자이자 암살자, 프랑수아 Schubert(슈베르트) Death and the Maiden (죽음과 소녀)
다섯번째 사도 부자이지만 늘 외로워 고릴라를 사랑하는 마담, 마르틴 Julius ;Fučik (율리우스 푸치크) The entry of the Gladiators(검투사의입장)
여섯번째 사도 여자가 되고 싶은 소년, 윌리 Charles Trenet(샤를 트레네) La Mer (바다)

 


 

2. 캐시백 (Cashback, 2006)

여자 친구에게 차인 주인공 벤은, 그 충격으로 불면증을 겪게 됩니다. 결국 이를 극복하는 방법으로, 벤은 집 근처 동네 슈퍼마켓에서 야간 아르바이트를 하게 되는데요. 새벽 시간이라 손님도 거의 없어 지루한 근무 시간이 계속되는데, 이 지루함을 달래기 위해 벤은 시간이 멈추는 상상을 합니다. 시간이 멈춘 상상 속의 슈퍼마켓에서 벤은, 여자 손님들의 옷을 벗기고 나체를 스케치합니다.

영화 캐쉬백의 장면들
영화 '캐쉬백' (출처 구글)

벤은 매일 시간을 멈추는 상상을 하며, 전 여자 친구에게서 버림받은 상처를 점차 치유하게 됩니다. 사랑의 본질에 더욱 다가서고, 새로운 사랑을 마주하면서요.

 

벤이 하는 말 중에 인상 깊은 대사가 많습니다. 그중에서 그가 사랑에 대해 이야기하는 부분이 좋았습니다.

 

사랑은 우리가 사랑이 있길 원할 때 존재한다.
다만 아름다움에 둘러싸인 채, 삶의 매 초 사이에 사이에 숨겨져 있는 것을 볼 수 있어야 한다.

 

잠깐 멈춰 설 수 없다면 사랑을 놓칠지도 모른다.

 

 

영화 캐시백의 감독은 션 엘리스(Sean Ellis)로, 1990년대 후반 영국 최고의 패션 사진작가 중 한 명입니다. 사진작가라서 그런지, 그의 영화 또한 시각적으로 매우 아름답습니다. 특히 영화 캐시백(Cashback)은 2004년에 18분짜리의 단편으로 먼저 만들어졌고, 이후에 내용을 더 해 2006년 장편 영화로 만들어졌다고 해요.